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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서강준 장면에 멈췄다가 월간남친을 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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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서강준 장면에 멈췄다가 월간남친을 더 봤다

얼마 전 ‘월간남친’을 보다가 서강준이 등장하는 캠퍼스 장면에서 재생을 잠깐 멈췄다. 벚꽃이 흩날리고, 지수가 연기하는 미래 앞에 다정한 선배가 나타난다. 꽤 익숙한 첫사랑 장면인데도 눈길이 갔다. 저런 순간만 골라 만날 수 있다면 지친 날에는 가상 연애 서비스를 켜고 싶어질 것 같았다.

‘지수 서강준’을 검색하고 이 작품을 틀었다면 먼저 알아둘 점이 있다. 지수는 이야기의 중심인 서미래를 맡았고, 서강준은 가상 세계의 연애 상대 서은호로 특별 출연한다. 두 사람의 호흡을 볼 수 있지만, 작품 전체를 함께 이끄는 주연 커플로 기대하면 분량이 아쉬울 수 있다. 큰 반전은 건드리지 않고, 두 사람이 왜 눈에 남았는지만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친 퇴근길에 연애를 구독한다는 설정

미래는 웹툰 PD다. 일에 치여 하루를 보내고 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감정을 쏟을 여유가 별로 없다. 그런 미래가 ‘월간남친’이라는 가상 연애 서비스를 체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하는 분위기의 데이트를 고를 수 있고, 현실에서는 선뜻 들어가기 어려운 장면 속에도 들어간다. 넷플릭스가 소개한 작품의 기본 설정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이 설정이 재밌는 건 연애 자체보다 ‘시간이 없는 사람의 연애’에 가깝기 때문이다. 약속을 잡고, 낯선 사람과 어색한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그날의 말을 곱씹는 과정이 때로는 부담스럽다. 미래가 가상 세계에 끌리는 마음도 그래서 이해됐다. 서비스 속 상대는 멋지지만, 더 부러운 건 데이트를 즐길 체력이 남아 있는 또 다른 미래였다.

전체 10회라 한 번에 몰아보기 좋은 편이다. 다만 매번 다른 연애 설정이 등장하니 하나의 커플을 오래 따라가는 로맨스와는 리듬이 다르다. 새로운 분위기로 넘어가는 속도가 장점인 동시에, 마음에 든 인물을 더 보고 싶을 때는 야속하게 느껴진다.

서강준의 서은호가 유독 기억나는 이유

서강준이 맡은 서은호는 캠퍼스 로맨스 속 인기 많은 선배다. 벚꽃과 대학이라는 배경부터 첫사랑의 기억을 건드리도록 짜여 있다. 솔직히 설정만 적으면 새롭진 않다. 그런데 서강준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장면과 조용히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에 힘을 준다. 거창한 사건이 없어도 미래가 그 시간을 조금 더 붙잡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지수의 미래도 이 장면에서 평소 직장 생활을 할 때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던 사람이 잠깐 망설이고 설레는 모습이다. 두 배우의 조합이 보기 좋은 이유는 화면 속 분위기만이 아니다. 현실의 피로가 쌓인 미래가 가상 세계에서는 자기 감정에 귀를 기울인다는 차이가 또렷하다.

물론 서은호의 비중은 제한적이다. 서강준이 나오는 장면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이야기가 다른 연애 상대와 현실의 인물들에게 옮겨갈 때 아쉬울 수 있다. 나는 그 짧은 분량이 서은호에게 어울린다고 느꼈다. 오래 함께 겪은 사람이라기보다, 한때 좋아했던 분위기와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에 가까워서다.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남는 것도 그의 역할과 묘하게 잘 맞는다.

가상 데이트보다 현실 장면이 남는 순간

‘월간남친’은 화려한 데이트 장면만 이어 붙인 드라마가 아니다. 현실에서는 미래가 동료 박경남과 계속 부딪힌다. 서인국이 연기한 경남은 서은호처럼 첫눈에 로망을 채워주는 인물과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가상 세계의 매끈한 설렘과 직장에서 쌓이는 감정의 온도 차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서강준의 캠퍼스 장면에 가장 쉽게 마음이 갔지만, 회차가 지나면서 미래의 선택보다 미래가 무엇에 지쳐 있었는지를 더 보게 됐다. 이상적인 상대를 만나는 일이 피로를 잠깐 잊게 해줄 수는 있다. 그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의 표정은 어떤지, 드라마는 그쪽에도 시선을 둔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도 여기다. 여러 배우가 각기 다른 로맨스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구성이 즐겁다면 다음 데이트를 기다리며 볼 수 있다. 반대로 서은호 한 사람과 미래의 관계가 길게 이어지길 바란다면 이야기가 자주 방향을 바꾸는 듯할 것이다. 내 취향으로는 가상 데이트의 장면들이 조금만 더 머물러도 좋았겠다. 특히 마음에 든 상대가 생긴 직후에는 더욱 그랬다.

지수 서강준을 보고 시작한다면

두 배우의 장면을 보고 싶다면 ‘월간남친’은 충분히 눈길을 줄 만하다. 다만 서강준은 특별 출연이고, 지수의 미래가 여러 가상 연애를 거치며 현실의 자기 마음도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작품의 큰 흐름이다. 캠퍼스 장면 하나만을 위해 긴 주연 로맨스를 기대하기보다, 다양한 설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찾아본다는 마음이 잘 맞는다.

나는 서은호가 등장한 뒤에도 미래의 평범한 하루가 계속 생각났다. 벚꽃 아래의 다정한 선배는 잠깐이어서 더 선명하고, 퇴근 후 지친 사람의 마음은 오래 보여줘서 더 가까웠다. ‘월간남친’에서 내게 남은 건 그 두 장면 사이를 오가던 미래의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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