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母, 300억 유산 전말을 따라가 보니

얼마 전 ‘최진실 유산 300억’이라는 영상 제목을 보고 잠깐 멈췄다. 너무 큰 숫자라 눈길은 갔지만, 정말 확인된 금액인지는 별개의 이야기다. 가족 사이의 갈등까지 얽힌 사안이라 제목만 보고 누가 옳다고 판단하기도 조심스러웠다.
2026년 3월 공개된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의 인터뷰에는 최진실의 어머니 정옥숙 씨가 등장한다. 그동안 퍼진 유산 이야기에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영상과 당시 보도를 따라가며 눈여겨볼 지점은 세 가지였다. 300억이라는 숫자의 근거,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남긴 재산, 그리고 가족이 서로 다르게 말하는 부분이다.
300억은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
논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최진실의 딸 최준희는 2023년 외할머니가 자신이 미성년자였을 때 재산에 손을 댄 것이 갈등의 시작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200억, 300억, 심지어 700억 원대 유산이라는 숫자까지 떠돌았다. 그런데 이 숫자들을 뒷받침하는 상속 재산 목록이나 감정 자료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정옥숙 씨는 인터뷰에서 300억 원대 유산설을 부인했다. 최진실이 세상을 떠났을 당시 통장에 있던 돈은 모두 합쳐 약 15억 원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금액 역시 정 씨가 기억하고 전한 수치다. 15억 원을 확인된 총유산으로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300억 원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300억이냐, 15억이냐’의 대결처럼 보인다. 사실 그 비교부터 어긋나 있다. 300억은 온라인에서 확산된 추정치이고, 15억은 정 씨가 말한 당시 현금성 자산 규모다.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재산의 평가액과 통장 잔액은 같은 항목이 아니다. 이런 구분 없이 숫자를 붙여 놓으면 이야기가 훨씬 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어머니가 남긴 부동산 두 채
정 씨의 설명에 따르면 최진실이 남긴 주요 부동산은 서울 잠원동 주택 한 채와 오피스텔 한 채다. 두 자녀인 최환희와 최준희가 각각 절반씩 지분을 상속받았고, 정 씨 자신에게는 지분이 없다고 했다. 두 부동산은 매각하지 않고 임대 중이며, 월 임대 수익 약 1500만 원도 두 자녀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서 월세 1500만 원은 귀에 확 들어오는 숫자다. 다만 월 임대료를 그대로 각자의 통장에 남는 돈으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관리비나 세금 등 실제 지출이 얼마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건물 두 채의 현재 시세도 인터뷰 내용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부동산이 남아 있다’는 설명과 ‘300억 원을 상속받았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현금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도 정 씨는 광고 계약 위약금, 소송 비용, 세금, 생활비 등을 들었다. 최진실이 활동을 쉬던 시기에 현금성 자산이 줄었다는 설명도 보탰다. 드라마 ‘장밋빛 인생’으로 다시 활동하며 수입이 생겼지만, 사망 뒤 여러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출 내역이 공개된 것은 아니므로 이 대목은 정 씨의 설명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하다.
아버지 조성민의 재산은 또 다른 이야기
두 자녀에게는 아버지 조성민이 남긴 부동산도 있었다고 한다. 영상에서 언급된 가치는 약 20억 원대다. 정 씨는 이 건물과 토지가 자녀들 명의였지만 세금과 관리 비용이 발생해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매각대금에서 관련 비용 등을 처리한 뒤 남은 10억 원대 금액을 두 자녀 통장에 나눠 넣었다는 주장도 전했다.
이 부분은 최진실이 남긴 주택과 오피스텔 두 채에 덧붙여 말해야 한다. 어머니가 남긴 부동산 두 채와 아버지가 남긴 뒤 매각했다는 부동산은 출처도, 처리 과정도 다르다. 기사 제목에 ‘두 채’와 ‘세 채’가 섞여 보이는 이유도 이 둘을 함께 세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자산 목록을 구분해 듣지 않으면 같은 건물을 두 번 이야기하는 것처럼 헷갈리기 쉽다.
정 씨는 손자 최환희의 국제학교 교육비가 한 해 약 1억 원에 달했다고도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양육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사정이 재산 사용을 둘러싼 모든 의문에 곧장 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 얼마가 쓰였는지와 가족이 그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서로 다른 말이 남긴 거리
최준희는 2025년 자신의 유튜브에서 유산을 받은 것이 없고 스스로 일해 생활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정 씨가 말하는 ‘부동산 지분을 상속받았다’와 최준희가 말한 ‘유산을 받은 것이 없다’는 언뜻 충돌한다. 하지만 재산 명의, 실제로 쓸 수 있는 현금, 재산을 관리받는 과정에서 느낀 신뢰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의 표현이 왜 다른지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특히 최준희가 제기한 재산 사용 문제는 당사자의 주장이고, 정 씨의 인터뷰는 이에 대한 정 씨 쪽 설명이다. 공개된 인터뷰만으로 횡령 여부를 판정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말에 마음이 기울 수는 있어도, 그 감정이 확인되지 않은 숫자나 법적 판단까지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번 이야기를 따라가며 ‘300억’보다 남은 가족 사이의 거리감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정 씨는 손녀의 결혼 소식을 유튜브로 알았다고 했다. 드라마라면 숨겨진 장부 한 장으로 갈등이 풀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 가족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 이야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자극적인 액수보다 확인된 사실의 범위를 기억하고, 각자의 말을 그 말 그대로 듣는 게 맞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