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쇼츠
한국의 모든이야기

쇼미더머니4에서 비프리 다시 봤더니

Last Updated :
쇼미더머니4에서 비프리 다시 봤더니

얼마 전 쇼미더머니4의 옛 무대를 다시 보다 비프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잠깐 영상을 멈췄다. 당시에는 누가 이기느냐에 온 신경이 쏠렸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짧게 무대에 선 사람이 남기는 인상이 꽤 크더라. 비프리를 처음 검색하면 음악보다 날 선 이미지가 먼저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예능 속 한 장면을 계기로 음악까지 이어 들으면, 이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

먼저 스포일러 선을 긋자. 아래에는 쇼미더머니4 결승 무대의 출연자와 곡명이 나온다. 우승 결과나 경연의 세부 전개는 적지 않았다. 아직 방송을 처음부터 볼 생각이라면 해당 무대를 본 뒤 읽어도 좋다.

짧은 등장인데도 왜 기억에 남았을까

2015년 방송된 쇼미더머니4 결승에서 비프리는 송민호의 ‘Victim+위하여’ 무대에 피처링으로 등장했다. 송민호가 무대를 이끌다가 다른 목소리가 합류하는 순간, 곡의 온도가 달라지는 느낌이 있다. 이 장면에서 비프리를 길게 소개하거나 그의 사연을 풀어주는 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방금 나온 사람이 누구지?’ 하고 따로 찾아보게 된다.

경연 예능은 보통 참가자의 성장 과정과 승부에 시선을 모은다. 이 무대에서도 중심은 당연히 송민호다. 비프리는 그 흐름 안에 잠깐 들어와 자기 목소리를 남긴다. 내가 다시 보며 재미있었던 건 그 거리감이었다. 방송을 통째로 장악하려는 모습보다는, 이미 굴러가고 있는 무대에 강한 질감을 하나 얹고 빠지는 쪽에 가깝다. 화면에 머문 시간과 기억에 남은 시간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만 이 장면 하나로 비프리의 음악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예능 무대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고, 카메라도 이야기의 중심을 따라간다. 피처링 한 번은 첫인상으로는 좋지만, 그 사람의 취향과 작업 방식을 판단하기에는 짧다. 방송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면 다음 순서는 음반이다.

방송 다음에 음악을 들으니 달랐던 점

비프리의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2014년의 ‘Korean Dream’과 2016년의 ‘Free From Seoul’을 만나게 된다. Apple Music에 실린 ‘Free From Seoul’ EP는 5곡, 약 16분 분량이다. 드라마 한 편을 볼 시간보다도 짧아서 부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짧다고 가볍게 지나가는 음반은 아니다. 곡마다 함께한 사람과 소리의 배치가 달라서 한 사람의 랩을 여러 각도에서 듣는 재미가 있다.

내 취향에는 처음 한 곡만 찍어 듣는 것보다 EP를 순서대로 듣는 편이 잘 맞았다. ‘Shadow’로 문을 열고 ‘Lies’를 지나 마지막 ‘Won’까지 가면, 비프리의 목소리가 다른 소리 사이에서 어떻게 놓이는지 감이 온다. 이건 방송에서 보던 ‘등장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바꾸는 과정 같기도 했다. 곡이 짧게 이어지니 한번 듣고 끝내기보다 마음에 걸린 부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Korean Dream’ 쪽은 더 이른 시기의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손이 간다. 같은 아티스트의 작업이라도 시기가 바뀌면 내가 끌리는 지점도 달라진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줄 세우기보다, 예능 무대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출발점 삼아 어떤 곡에서 오래 머무는지 보는 게 재미있다. 비프리를 검색한 이유가 쇼미더머니4였다면 두 음반을 나란히 놓고 듣는 것만으로도 꽤 긴 뒤풀이가 된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도 분명하다

솔직히 비프리는 누구에게나 편하게 권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화면에서 느껴지는 거친 기운이 흥미로운 사람도 있겠지만, 그 분위기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음악 역시 첫 소절부터 부드럽게 감정을 설명해주길 기대하면 쉽게 정이 붙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엔 예능에서의 강한 인상 때문에 곡을 듣기 전에 괜히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런데 몇 곡을 이어 들으니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 방송 속 태도나 인터넷에서 본 단편적인 이야기만 붙잡고 있기보다, 내가 실제로 좋아하는 소리와 좋아하지 않는 소리를 구분하게 됐다. 어떤 곡은 비트와 목소리의 조합이 좋아 다시 듣고 싶었고, 어떤 곡은 끝까지 들어도 내 취향과 거리가 있었다. 팬이 되느냐 아니냐를 서둘러 결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힙합 예능을 정주행할 때 이런 우회로가 특히 좋다. 방송은 긴장감 있게 편집된 이야기이고, 음반은 원하는 속도로 멈추고 다시 들을 수 있는 기록이다. 둘을 오가면 짧은 출연을 과하게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그 장면이 남긴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비프리의 경우에는 그 간격이 제법 커서, 화면에서 받은 첫인상을 음악으로 한 번 더 확인할 만했다.

다시 본다면 이 순서가 좋겠다

쇼미더머니4를 처음부터 달릴 계획이라면 결승 결과를 미리 찾아보지 말고 방송의 흐름을 따라가는 편이 좋겠다. 이미 본 사람이라면 송민호의 ‘Victim+위하여’ 무대만 다시 보고, 비프리가 들어오는 순간 앞뒤로 곡의 분위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들어봐도 재미있다. 그다음 ‘Free From Seoul’을 통째로 재생하면 방송에서 미처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의 결이 드러난다. 5곡이라 재생 버튼을 누르기에도 큰 각오가 필요 없다.

나는 이런 식의 재시청이 좋다. 처음 볼 때는 승부를 따라가느라 지나친 사람이, 두 번째에는 가장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한다. 비프리는 내게 쇼미더머니4의 짧은 출연에서 시작해 음반까지 듣게 만든 경우다. 방송 한 장면이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었다면, 그다음 이야기는 직접 음악을 들으며 각자 다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쇼미더머니4에서 비프리 다시 봤더니 - 요약
쇼미더머니4에서 비프리 다시 봤더니 | 코리아쇼츠 korshort : https://korshort.com/2096
한국의 모든이야기
코리아쇼츠 © korshor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