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다단을 밤새 봤더니 둘의 말다툼이 남았다

얼마 전 단다단을 한 편만 보고 자려다가 자정을 훌쩍 넘겼다. 귀신을 믿는 모모와 외계인을 믿는 오카룽이 서로의 말을 못 믿겠다며 티격태격하는데, 몇 분 뒤에는 둘 다 자기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던져진다. 시작부터 정신없다. 그런데 밤새 보게 만든 건 괴상한 사건보다 그 한가운데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이었다.
귀신과 외계인 사이에서 시작된 말다툼
단다단은 타츠 유키노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영매 집안에서 자란 모모는 귀신을 믿지만 외계인은 믿지 않는다. 오컬트에 빠진 오카룽은 정반대다. 둘은 상대가 믿는 존재를 확인하러 갔다가 예상보다 훨씬 큰 소동에 휘말린다. 여기까지가 초반 설정이고, 이후의 정체나 사건 해결 과정은 모르고 보는 편이 재미있다.
설정만 들으면 매번 기이한 존재를 만나 싸우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의 반응이 장면을 끌고 간다. 모모는 겁먹을 상황에서도 할 말을 하고, 오카룽은 소심해 보이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물러서지 않는다. 둘 중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구해 주는 흐름이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서로 놀리고 당황하면서도 위험할 때는 상대부터 챙긴다. 그래서 큰 사건이 지나간 뒤 나누는 짧은 대화가 의외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빠른 액션보다 더 기다려진 짧은 대화
사이언스 사루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화면부터 쉴 틈이 없다. 추격 장면에서는 인물의 움직임과 배경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기묘한 존재가 나타날 때는 색과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1기 12화를 이어서 보면 이런 변화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괴담처럼 으스스하다가 갑자기 우스워지고, 또 어느 순간에는 풋풋한 학원물처럼 느껴진다. 장르가 이렇게 자주 바뀌는데도 모모와 오카룽의 관계가 중심을 잡아 준다.
내가 가장 기다리게 된 건 화려한 기술보다 둘이 평범하게 말을 주고받는 순간이었다. 오카룽이 모모의 눈치를 보거나, 모모가 괜히 무심한 척하는 장면에는 첫 화의 말다툼과 다른 온도가 있다. 관계가 단숨에 진전되지는 않는다. 방금 함께 위기를 넘기고도 다음 순간에는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린다. 그 어색함이 고등학생다운 설렘으로 보였다.
그래서 정주행할 때는 사건이 몇 번 일어났는지보다 둘의 말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재미가 컸다. 처음에는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던 사람들이 점점 상대의 표정과 반응을 살핀다. 거창한 고백 없이도 관계가 변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방식이다. 정신없는 전투 사이에 이런 장면이 끼어들 때면 나도 모르게 재생을 멈추고 웃었다.
웃다가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도 있다
단다단의 괴상한 존재들은 웃기기만 한 상대가 아니다. 어떤 에피소드는 우스꽝스러운 등장과 달리 슬픔이나 외로움을 남긴다. 그 사연을 여기서 풀어놓으면 처음 볼 때의 인상이 크게 달라질 것 같아 자세히 적지는 않겠다. 다만 작품이 소란스러운 액션만으로 12화를 채우지 않는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한바탕 웃고 나서 인물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반대로 이 변화가 누구에게나 반갑지는 않을 듯하다. 가벼운 초자연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대목에서 당황할 수 있다. 나도 한 에피소드에서는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가 한동안 다음 화를 바로 틀지 못했다. 또 초반부터 성적인 위협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과 노골적인 농담이 나온다. 이런 표현에 민감하다면 첫 화의 진입 장벽이 꽤 높다. 취향이 갈릴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주행에 잘 맞지만 숨 돌릴 틈은 적다
1기는 다음 사건으로 이어지는 힘이 강하다. 한 화를 끝내면 방금 등장한 존재가 궁금하고, 그 문제가 풀리면 이번에는 모모와 오카룽 사이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나는 몇 화씩 묶어 보게 됐다. 다만 빠른 화면 전환과 큰 감정 변화가 이어져 오래 달리면 조금 피곤하다. 특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에피소드 뒤에는 잠깐 쉬었다 보는 쪽이 장면을 곱씹기 좋았다.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괴담이나 외계인 이야기 자체보다, 황당한 일을 함께 겪으며 가까워지는 인물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로맨스만 기대하면 소동이 너무 크고, 액션만 기대하면 두 사람의 머뭇거림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그 둘이 뒤섞이는 맛 때문에 끝까지 봤다. 첫 화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던 모모와 오카룽이 조금씩 상대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음에는 둘이 어떤 표정으로 마주 볼지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