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별세 검색했다가 마지막 무대를 다시 봤다

얼마 전 나훈아 노래를 다시 듣다가 검색창의 ‘나훈아 별세’라는 문구에 손이 멈췄다. 2025년 1월 마지막 공연 소식을 봤던 터라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그런데 은퇴와 별세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2026년 10월 20일 기준, 나훈아가 별세했다는 공식 발표나 확인된 보도는 찾을 수 없었다. 놀란 마음으로 들어온 분이라면 이 사실부터 알고 읽으셔도 좋겠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날이 있었다
나훈아는 2024년 은퇴 의사를 밝힌 뒤 전국을 돌며 고별 공연을 열었다. 마지막 무대는 2025년 1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이었다. 연합뉴스 공연 보도에 따르면 그는 그날 관객과 함께 눈물을 보였고, 긴 가수 생활에 작별을 고했다. 공연 활동을 끝낸 날짜가 분명하다 보니, 시간이 지난 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마지막’이라는 말이 더 크게 들릴 수 있다.
저도 그랬다. 예능의 마지막 회나 드라마의 종영 소식을 볼 때도 잠깐 아쉬운데, 수십 년 동안 무대에 섰던 가수의 마지막 공연이라니 무게가 다르다. 다만 고별 콘서트는 가수가 스스로 무대와 작별한 사건이다. 별세 소식을 뜻하지 않는다. 두 이야기를 섞으면 공연을 기억하는 방식까지 달라져 버린다.
비슷한 이름의 오래된 부고도 있다
검색 결과에서 이름을 한 글자씩 읽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나훈아의 모창 가수로 활동했던 ‘너훈아’, 본명 김갑순 씨는 2014년 별세했다. 당시 SBS연예뉴스를 비롯한 매체들이 이 소식을 보도했다. 나훈아와 너훈아는 다른 사람인데, 제목을 급히 훑으면 혼동하기 쉽다.
그렇다고 현재 떠도는 모든 소문이 그 부고에서 시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온라인에는 오래된 기사, 짧게 잘린 영상, 출처가 흐릿한 게시물이 함께 뜬다. MBN도 과거 온라인의 ‘나훈아 사망’ 주장을 가짜뉴스로 다룬 적이 있다. 누군가의 생사를 전하는 문장이라면 조회 수나 댓글보다 발표 주체와 보도 날짜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맞다.
다시 본 무대에서는 다른 장면이 남았다
소문을 확인하고 나니 자극적인 제목보다 그가 남긴 공연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나훈아 무대는 노래만 이어 붙인 공연이라기보다 관객과 밀고 당기는 한 편의 긴 쇼에 가깝다. 곡 사이에 말을 건네고, 목소리의 힘을 조절하다가도 한순간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연합뉴스는 은퇴 투어의 마지막 서울 공연이 3일간 5회 모두 매진됐다고 전했다. 오랜 팬들이 마지막 무대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그 숫자에 담겨 있는 듯하다.
노래를 골라 듣는 재미도 있다. ‘잡초’에서는 버티는 사람의 기운이 먼저 오고, ‘홍시’에서는 가족에 대한 기억이 슬며시 따라온다. ‘테스형!’은 익숙한 트로트 가수라는 인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의 익살과 질문을 느끼게 한다. 제 취향은 화려한 연출보다 이런 곡들의 온도 차이다. 같은 가수의 노래인데도 어떤 곡은 객석에서 같이 부르고 싶고, 어떤 곡은 혼자 조용히 듣고 싶어진다.
아쉬움과 호불호까지 남기는 사람
솔직히 무대 위에서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모든 사람에게 잘 맞지는 않을 것이다. 노래를 쉬지 않고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중간의 발언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그 말까지 공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팬에게는 다른 가수에게서 찾기 어려운 매력이다. 저도 어느 날은 말보다 노래가 더 듣고 싶다. 그래도 자기 방식으로 관객을 만났다는 점만큼은 분명하게 남는다.
그래서 ‘나훈아 별세’라는 검색어를 보고 다시 떠올린 것은 부고가 아니라 마지막 공연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소식은 멈춰 세우고, 실제로 있었던 은퇴와 노래를 구분해서 기억하고 싶다. 오늘 다시 재생한 ‘홍시’는 예전과 같은 곡인데 조금 다르게 들렸다. 무대를 떠난 가수의 노래를 각자의 시간 속에서 계속 듣는 일은 아직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