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문화관광재단 소식을 따라가니 도시가 달리 보였다

드라마를 정주행할 때 저는 주인공만큼이나 그 사람이 사는 동네를 유심히 봐요. 골목의 가게나 동네 사람들의 짧은 대화가 오래 남을 때가 있거든요. 속초문화관광재단의 소식을 읽다가 비슷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속초 하면 바다와 설악산부터 떠올렸는데, 재단이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따라가니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이더라고요. 실제로 다녀온 후기는 아니고, 공개된 사업 내용을 드라마·예능 좋아하는 사람의 눈으로 읽어본 이야기입니다.
속초를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로 보게 되는 순간
속초문화관광재단은 공연이나 축제 소식만 다루는 곳이 아닙니다. 문화도시 속초에서 소개하는 사업을 보면 지역 인물을 기록하는 ‘속초인물수첩’, 사진과 글 등으로 도시의 현재를 남기는 활동, 동네 이야기를 발굴하는 작업도 있어요. 관광객이 잠깐 보고 지나가는 풍경에 누가 살고 무엇을 기억하는지 한 겹 더 얹는 셈이죠.
이런 기획은 전개가 빠른 예능보다 천천히 인물을 알아가는 생활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장면은 적어도 평소 지나치던 장소를 다시 보게 만들어요. 다만 당장 볼거리 하나를 찾는 여행자라면 기록 사업이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라면 여행 일정을 채울 프로그램과 지역 이야기를 읽는 콘텐츠를 따로 살펴볼 것 같아요. 기대하는 재미의 종류가 다르니까요.
동네 가게에서 영화와 음식을 만나는 마실씨네
제일 눈길이 간 건 동네음식영화상영관 ‘마실씨네’였습니다. 문화도시 속초의 2026년 사업 안내에는 지역 소상공인 사업장 15곳이 상영관이 되어 음식과 영화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라고 나옵니다. 일반 극장에 가는 일과는 출발점부터 달라요. 영화를 보러 동네 가게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음식을 맛보는 흐름이니까요.
드라마로 치면 같은 장면이라도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동네 가게의 분위기가 영화 기억에 붙고, 영화의 한 장면이 먹었던 음식과 함께 떠오를 수도 있겠죠. 음식과 공간이 감상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조용히 화면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작은 상영 공간이 취향을 탈 수 있어요. 상영작과 장소별 운영 방식은 회차마다 확인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참여 시점도 중요합니다. 2026년 사업 기간은 8월 15일부터 12월 6일까지로 안내돼 있지만, 별도로 올라온 1·2회차 관람객 모집 기간은 9월 21일부터 29일까지였습니다. 사업 전체 기간과 특정 회차의 신청 기간은 같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더라도 실제 신청 가능 여부는 속초문화관광재단이나 문화도시 속초의 최신 공지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설악문화제는 함께 만드는 장면이 궁금하다
축제 쪽에서는 제61회 설악문화제 거리퍼레이드 참가자 모집 공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퍼레이드는 무대 위 공연을 멀리서 보는 방식과 달리, 참가하는 사람 자체가 축제의 한 장면을 만듭니다. 제가 예능을 볼 때 출연진의 완벽한 진행보다 예상 밖의 호흡에 웃는 편이라 그런지, 거리에서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물론 퍼레이드가 모두에게 편한 관람 방식은 아니에요.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싶거나 시간에 맞춰 이동하기 어렵다면 공연·전시처럼 머무는 장소가 분명한 프로그램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현장을 좋아한다면 축제 공고를 눈여겨볼 만하죠. 참가자 모집 공고가 있었다는 사실과 현재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니, 지난 공고만 보고 일정을 짜지는 않는 게 좋겠습니다.
취향에 맞춰 고르면 속초의 표정이 달라진다
속초문화관광재단의 사업을 훑으며 좋았던 점은 볼거리의 크기보다 접근 방식이 다양하다는 거예요. 음식과 영화를 묶은 마실씨네는 낯선 동네에 편하게 들어가는 계기가 되고, 지역 기록 사업은 여행 뒤에도 남는 이야기를 줍니다. 설악문화제 같은 축제는 같은 도시를 훨씬 활기찬 표정으로 만나게 하고요. 2026년에는 예술가를 모집하는 ‘꿈의 스튜디오 속초’ 예비사업 공지도 올라왔습니다. 관람객으로 즐기는 일 외에 누가 지역의 문화를 만드는지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제 취향을 고르라면 마실씨네가 먼저예요. 영화 한 편을 보고 끝나는 대신 상영 장소와 음식까지 기억할 수 있을 듯해서요. 반면 짧은 일정에 유명 관광지를 많이 돌아야 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은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속초를 한 번에 다 보려 하기보다, 그날 끌리는 장면 하나를 골라 오래 머무는 쪽이 저는 더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