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비웨사 레이스를 다시 보니 예능도 달리 보였다

얼마 전 육상 계주 영상을 다시 보다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선수에게 눈이 오래 머물렀다. 몇 초 만에 끝나는 장면인데, 바통을 건네받기 전의 집중과 결승선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자꾸 생각났다. 그래서 MBC 예능 ‘라디오스타’ 출연 소식을 봤을 때도 반가웠다. 트랙에서는 표정 하나 읽을 틈이 없던 선수가 토크쇼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평소 스포츠 선수들이 나오는 예능을 좋아하는 내게는 그 간격 자체가 관전 포인트였다.
경기 결과를 모르고 영상을 보고 싶은 분이라면 아래의 아시안게임 기록 이야기는 시청 뒤에 읽는 편이 좋겠다. 예능에서 나올 법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미리 옮기기보다, 비웨사를 알고 보면 눈에 들어오는 장면과 내 취향에 맞았던 지점을 중심으로 적어본다.
10초 남짓한 화면에서 놓치기 쉬운 선수
비웨사는 한국 남자 단거리 국가대표다. 100m처럼 혼자 달리는 종목에도 나서지만, 최근 이름을 널리 알린 장면은 남자 4×100m 계주였다. 계주는 네 명이 각자 빠르게 달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 주자의 속도에 맞춰 출발하고, 정해진 구간에서 바통을 주고받아야 한다. 화면으로 볼 때는 매끄러운 동작 하나처럼 지나가지만, 그 짧은 접점에 네 선수의 호흡이 걸려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비웨사와 서민준,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38초 43으로 남자 4×100m 계주 동메달을 땄다.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종전 한국 기록보다 0.06초 빠른 신기록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0.06초가 작아 보인다. 그런데 계주 영상을 보고 나면 그 차이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통을 받을 때 반 박자만 어긋나도 달라질 수 있는 기록이니까.
나는 이 장면을 볼 때 비웨사 혼자에게 공을 몰아주는 감상은 조금 아쉽다. 네 사람이 만든 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보면, 각 주자의 출발과 연결에 시선이 간다. 비웨사의 스피드도 그 흐름 안에서 더 선명해진다. 짧은 클립 하나를 다시 틀어보게 되는 이유다.
‘라디오스타’에서 기대하게 된 건 경기 뒤의 말
MBC가 공개한 ‘라디오스타’ 986회는 ‘메이드 인 코리아’ 특집이다. 비웨사와 나마디 조엘 진을 비롯해 수영 선수 김영범, 농구 선수 최준용과 강이슬이 함께 출연했다. 출연진만 봐도 종목별 경기 장면을 한꺼번에 떠올리게 되는 조합이다. 그렇지만 내가 궁금한 쪽은 메달 장면을 한 번 더 재생하는 순간보다, 선수들이 그 시간을 자기 말로 들려주는 순간이다.
특히 비웨사와 조엘 진은 같은 계주를 뛴 동료다. 중계에서는 두 선수를 각각의 주자로 보게 되지만, 토크쇼에서는 함께 겪은 경기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할 여지가 있다. 누가 더 눈에 띄느냐보다 같은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귀를 기울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예능을 볼 때 내가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익숙한 장면에 선수 본인의 말이 더해지면, 다음에 경기를 볼 때 보이는 것이 조금 달라진다.
물론 토크쇼 한 회에 선수 다섯 명이 나오니 비웨사 이야기만 길게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분량이 아쉬울 수 있다. 진행자의 질문과 다른 출연자의 에피소드 사이를 오가는 형식도 스포츠 다큐멘터리와는 다르다. 반대로 육상 중계를 처음부터 찾아보기에는 문턱이 높았던 사람이라면, 여러 선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비웨사에게 관심이 생길 수 있다. 나는 그런 느슨한 입구도 꽤 마음에 든다.
기록보다 먼저 배경을 묻는 시선은 아쉽다
비웨사를 이야기할 때 출생 배경이 앞에 놓이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가족의 귀화 과정을 거쳐 한국 국적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선수의 삶을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그 이야기만 길어지면 정작 달리는 선수 비웨사가 뒤로 밀린다. 화면에 등장하자마자 ‘어디 출신인가’부터 묻기보다, 어떤 경기에서 어떤 주자로 뛰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나는 좋다.
이 지점은 예능을 볼 때도 마음이 갈릴 수 있다. 선수의 일상과 성장 이야기를 듣는 재미는 분명하다. 근데 한 사람을 특별한 사연으로만 소비하는 분위기가 되면 금세 피곤해진다. 비웨사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유는 그의 배경이 낯설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트랙에서 보여준 기록과 그 뒤에 이어질 선수 생활이 궁금해서다. 유쾌한 토크가 그 호기심을 넓혀주면 좋겠다.
비웨사를 알고 다시 보면 보이는 장면
나는 경기 영상을 먼저 보고 예능으로 넘어가는 순서를 추천한다. 계주 전체를 보면 바통이 이어지는 흐름이 보이고, 100m 영상을 보면 비웨사 개인의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 MBC가 공개한 아시안게임 클립에는 비웨사와 조엘 진의 남자 100m 결승 장면도 있다. 같은 선수를 보더라도 혼자 뛰는 경기와 동료에게 바통을 잇는 경기는 긴장감이 다르다. 그 차이를 알고 토크를 들으면 선수의 말에 붙는 장면이 생긴다.
스포츠 예능 특집은 선수에게 마음이 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내 취향에는 결국 다시 경기를 틀게 만드는 회차가 오래 남는다. 육상 비웨사를 검색해 들어왔다면 계주의 38초 43을 숫자로만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네 사람이 이어 달린 장면을 보고, 그다음에 비웨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그 짧은 레이스의 바통 구간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