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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작품을 따라가다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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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작품을 따라가다 멈칫했다

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마지막 회보다 오래 남는 장면이 있잖아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개한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의 작품들을 따라 읽다가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상어가 든 수조 앞에서는 멈칫하고, 반짝이는 해골 앞에서는 ‘이게 아름다운 건가?’ 싶어지는 식이죠. 서울에서 열린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2026년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이어진 전시입니다. 이미 막을 내렸지만, 어떤 작품들이 한자리에 놓였는지 들여다보는 재미는 여전합니다. 작품의 모습과 소재는 아래에서 이야기하니, 아무 정보 없이 처음 마주하는 느낌을 아끼고 싶다면 여기서 잠깐 멈춰도 좋겠습니다.

상어를 보고 놀란 다음이 더 흥미롭다

허스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수조 속 상어입니다. 제목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년 작품이고, 국립현대미술관 설명에 따르면 길이가 5미터를 넘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도 강렬하지만, 작품의 설정을 곱씹으면 다른 쪽으로 마음이 움직여요. 눈앞의 상어는 위협적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죽어 있고, 우리는 안전한 거리에서 그 죽음을 구경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이런 작품을 볼 때 드라마의 충격적인 첫 장면이 생각납니다. 처음엔 ‘세다’는 감상이 앞서지만, 그 장면이 끝난 뒤 무엇을 묻게 되는지가 작품의 힘을 가르죠. 상어가 무서웠는지, 죽은 동물이 전시된 상황이 불편했는지, 아니면 그 불편함을 보러 온 자신이 낯설었는지.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허스트의 작품이 호불호를 가르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어 보여요.

파리와 소 머리는 보기 힘들어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천 년》은 제목만 들으면 거창한 시간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재료 목록부터 꽤 직설적입니다. 소 머리와 피, 파리와 구더기가 작품에 들어갑니다. 생명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온 셈이죠. 영상물이라면 잔인한 장면을 건너뛰듯 시선을 돌리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 반응을 억지로 참으며 감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왜 이렇게까지 보여줄까’라는 질문은 남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일상에서는 되도록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두잖아요. 허스트는 그 거리를 좁힙니다. 솔직히 저는 이 방식이 늘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생명을 소재로 삼는 일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도 따져 보고 싶습니다. 작품을 좋아하느냐와 별개로 오래 이야기할 거리가 생기는 건 사실이죠.

반짝이는 해골 앞에서 값부터 떠올랐다면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해골 작품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정보에는 인간의 치아도 재료로 적혀 있어요. 멀리서 보면 눈부신 장식물인데, 무엇을 본뜬 물건인지 깨닫는 순간 분위기가 바뀝니다.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에 값비싼 재료를 입힌 선택이 꽤 노골적이죠.

저라면 작품 앞에서 아름답다는 말보다 ‘이걸 만드는 데 얼마나 들었을까’가 먼저 나올 것 같습니다. 그 반응도 감상의 일부 아닐까요. 허스트를 두고는 작품보다 가격과 화제성이 앞선다는 비판이 따라다니고, 반대로 바로 그 돈의 감각까지 작품이 건드린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해골을 순수하게 반짝이는 물건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장면인지 과한 장면인지 친구와 보고 나서 한참 의견이 갈릴 법해요.

점과 색이 주는 숨 쉴 틈

상어와 해골 이야기만 들으면 전시 전체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소개된 스팟 페인팅과 스핀 페인팅은 첫인상이 사뭇 달라요. 규칙적으로 놓인 색점이나 회전하며 퍼진 색을 보면 우선 눈이 즐겁습니다. 《벚꽃》 연작도 제목에서부터 앞선 작품들과 다른 분위기를 예고하고요. 허스트가 설치, 조각, 회화를 오가며 작업해 왔다는 사실이 이런 대비에서 실감납니다.

그렇다고 색이 밝아졌으니 이야기도 가벼워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죠. 같은 작가의 작품을 차례로 보다 보면 예쁜 것을 오래 붙잡고 싶은 마음과 사라지는 것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나란히 떠오릅니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다시 찾아보게 되는 건 유명한 상어의 사진보다, 그 앞에서 내가 왜 불편했는지일 것 같아요. 허스트의 작품을 모두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장면 하나를 두고 자기 취향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꽤 긴 대화가 시작됩니다.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작품을 따라가다 멈칫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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