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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찐빵을 보고 나니 팥소부터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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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찐빵을 보고 나니 팥소부터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찐빵을 먹다가 문득 이 작은 빵 하나를 만드는 데 손이 얼마나 갈까 싶었다. 그래서 EBS <극한직업>의 ‘겨울이라 더 좋다, 국밥과 찐빵’ 편을 찾아봤다. 김이 올라오는 찐빵을 기대했는데, 보고 나서는 팥을 씻고 반죽을 빚는 사람들의 손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 장면은 많다. 그런데 이 편은 그 맛이 나오기 전까지의 시간을 보여주는 쪽에 더 가깝다.

찐빵 한 개보다 하루 3천 개가 먼저 보인다

방송이 찾아간 곳은 강원도 횡성의 찐빵 가게다. EBS 소개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하루에 약 3천 개를 만든다. 숫자만 들으면 큰 공장부터 떠올리기 쉬운데, 화면의 중심은 숙성된 반죽을 손으로 빚는 사람들이다. 한 개를 예쁘게 빚는 일과 같은 동작을 온종일 되풀이하는 일은 전혀 다르겠구나 싶었다.

오전에 쓸 반죽을 준비하는 데만 밀가루 20kg짜리 세 포대, 모두 60kg이 들어간다. 반죽이 쉬는 동안 사람은 쉴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다. 가게 사장은 교통 여건 때문에 직원들을 집에서 직접 태워 온다. 오전 8시에 모두 모이면 본격적으로 찐빵을 빚기 시작한다. 이 대목에서 제목의 ‘극한’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뜨거운 찜기 앞에서 일하는 고단함뿐 아니라, 하루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사람과 시간을 맞추는 일까지 포함돼 있으니까.

팥소를 만드는 시간이 의외의 관전 포인트

나는 찐빵을 고를 때 보통 빵이 폭신한지, 팥이 너무 달지 않은지를 먼저 본다. 방송을 보고 나니 그 기준 앞에 하나가 더 붙었다. 팥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 가게는 약 80kg의 팥에서 돌과 이물질을 골라내고, 찬물에 여러 차례 씻는다. 그다음에도 불 앞에서 7~8시간을 보내야 팥소가 완성된다고 한다. 손바닥만 한 찐빵 속에 들어가는 재료인데 준비 시간은 하루 일과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런 숫자는 자칫 ‘정성이 대단하다’는 말로 휙 지나가기 쉽다. 근데 팥 한 알 한 알을 확인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느낌이 달라진다. 달콤한 팥소는 먹을 때 금방 사라져도, 만드는 사람은 씻고 고르고 기다리는 순서를 생략할 수 없다. 찐빵을 반으로 갈라 팥부터 보는 분이라면 특히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국밥 이야기가 함께 나오는 이유

제목에 찐빵이 들어가지만, 이 방송은 찐빵만 다루는 편이 아니다. 경북 구미의 국밥집도 함께 나온다. 찐빵 이야기만 기대하고 재생했다면 처음에는 국밥의 비중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나도 겨울 간식 이야기에 마음이 더 갔지만, 두 현장을 이어 놓은 방식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뜨거운 국밥 한 그릇과 찐빵 한 개가 손님에게 닿기 전, 누군가는 이른 시간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불 앞을 지킨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밥집은 새벽 4시부터 작업을 시작해 하루 약 150kg의 소고기를 손질한다. 찐빵집에서는 반죽과 팥소를 준비하고 3천 개를 빚는다. 완성된 음식의 모습은 다르지만, 화면을 보고 있으면 반복되는 노동의 리듬이 닮아 있다. 덕분에 찐빵 장면만 따로 볼 때보다 이 편이 왜 ‘겨울이라 더 좋다’라는 제목을 달았는지도 조금 더 와닿는다.

먹방을 기대한다면 취향이 갈릴 수도

솔직히 가게의 맛이나 메뉴를 비교해 주는 방송을 기대했다면 원하는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 이 편의 관심은 어느 찐빵이 더 맛있는지보다 한 번에 수천 개를 만드는 하루에 있다. 반죽과 팥소가 완성되는 과정을 오래 따라가는 만큼,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반복 작업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음식 뒤에 있는 사람을 보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꽤 잘 맞는다. 큰 사건이나 반전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직원들을 태우러 가는 아침, 반죽을 나누는 손, 팥소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이 편의 장면을 만든다. 찐빵을 다 먹는 데는 몇 분이면 충분한데, 그 몇 분을 위해 누군가 보낸 하루는 생각보다 길다. 다음에 따뜻한 찐빵을 손에 쥐면 나는 팥의 단맛보다 먼저 그 시간을 떠올릴 것 같다.

극한직업 찐빵을 보고 나니 팥소부터 눈에 들어왔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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