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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마실축제 프로그램을 보니 하루가 짧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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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마실축제 프로그램을 보니 하루가 짧겠더라

축제 프로그램표를 보다 보면 가끔 드라마 편성표를 훑는 기분이 든다. 이 무대를 먼저 볼지, 저 체험을 먼저 할지 고르는 순간부터 이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아서다. 부안마실축제도 그랬다. 2026년 행사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부안 해뜰마루 지방정원에서 열렸는데, 공연 하나만 보고 돌아가기엔 다른 장면이 꽤 많았다. 직접 다녀온 후기는 아니지만, 부안군이 공개한 프로그램과 행사 결과를 놓고 어떤 코스가 재미있었을지 골라봤다.

주인공은 무대보다 마실이라는 분위기

‘마실’이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든다. 거창한 여행 계획을 세우기보다 동네를 한 바퀴 돌듯 가볍게 나가보자는 느낌이다. 실제 행사 구성도 한곳에 서서 공연만 보는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정원 곳곳에 인형극과 체험 부스가 있고, 먹거리를 만나는 공간과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보고 싶은 장면을 따라 이동하다가 예상 밖의 장면에 멈춰 서는, 그런 축제에 가까웠다.

특히 해뜰마루 마실 퍼레이드는 예능의 단체 게임 장면처럼 현장 분위기를 한 번에 끌어올렸을 것 같다. 반면 군민이 운영하는 체험 부스는 속도를 낮추는 구간이다. 누가 만들어낸 상품인지, 지역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이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유명 출연자가 나오는 무대와 주민이 직접 꾸린 프로그램이 같은 축제 안에 있다는 점이 부안마실축제의 재미다.

2026년 방문객은 부안군 발표 기준 약 25만 1천 명이었다. 숫자만 보면 활기찬 현장이 떠오르지만, 그만큼 인기 무대 주변에서는 움직임이 느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이 축제는 모든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챙기겠다는 마음보다, 취향에 맞는 두세 가지를 고르고 그 사이를 천천히 걷는 편이 더 잘 어울려 보인다.

공연 라인업은 장르를 바꾸며 달렸다

무대 편성은 꽤 넓었다. 개막일에는 피프티피프티와 임창정, 에녹, 소명 등이 출연했고, 행사 기간에는 체리필터의 록 공연과 꿈의 오케스트라, 뮤지컬 갈라쇼가 이어졌다. 어린이날인 마지막 날에는 뽀로로 싱어롱쇼와 트로트 공연, 불꽃놀이가 있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5월 연휴에 세대별로 보고 싶은 장면을 마련한 셈이다.

솔직히 이런 라인업은 호불호도 갈린다.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가 목적이라면 시간을 맞춰 기다릴 만하지만, 조용한 산책을 기대했다면 공연장 근처의 큰 소리와 인파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아이와 함께 갔다면 싱어롱쇼처럼 반응이 바로 오는 프로그램이 긴 설명을 듣는 체험보다 훨씬 든든했을 것이다. 같은 축제라도 누구와 갔는지에 따라 ‘최고의 장면’이 달라지는 구성이다.

내 취향으로는 꿈의 오케스트라와 뮤지컬 갈라쇼가 눈에 띈다. 유명 가수 무대의 열기와는 다른 호흡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어서다. 낮에 체험 부스를 돌고, 저녁에 공연을 본 뒤 야간 경관 조명까지 구경하는 흐름이라면 한 편의 에피소드를 끝까지 본 기분이 들 것 같다. 다만 이건 공개된 프로그램을 보고 짠 상상 속 동선이지, 현장에서 직접 검증한 코스는 아니다.

먹거리와 동네 상권이 이어진 장면

지역 축제에서 먹거리는 쉬어가는 시간이자 꽤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2026년에는 로컬푸드 팜파티와 부안 부엌마당이 마련됐다. 부안군은 지역 맛집 정보를 알려주는 캡슐 자판기 ‘부안.ZIP’도 운영했다고 밝혔다. 축제장 안에서 한 끼 먹고 끝나는 대신, 궁금해진 가게를 찾아 부안 읍내로 발걸음을 넓히게 하려는 구성이었다.

지역 상권과 축제를 연결한 방식도 눈에 띈다. 행사장과 부안 지역 상점에서 3만 원 이상 소비한 방문객을 대상으로 경품 추첨을 진행했다. 경품 규모가 화제가 되기 쉬운 이벤트지만, 개인적으로는 캡슐 자판기 쪽이 더 흥미롭다. 낯선 동네에서 식당을 고르는 일은 은근히 어렵다. 그때 지역 맛집 하나가 툭 나오면 계획에 없던 골목으로 들어갈 이유가 생기니까.

물론 먹거리 공간은 취향 차이가 분명하다. 여러 부스를 둘러보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오래 머물겠지만, 식사 시간의 대기나 붐비는 분위기가 싫다면 공연 사이에 간단히 먹고 동네 식당으로 이동하는 쪽이 편할 수 있다. 축제 음식만으로 부안을 다 봤다고 하기보다, 그날의 허기를 계기로 동네까지 둘러보면 ‘마실’이라는 이름에 더 가까워질 듯하다.

다음에 간다면 무엇을 먼저 볼까

아이와 간다면 부안몬 자연놀이터나 인형극을 먼저 고를 것 같다. 친구와 간다면 퍼레이드와 로컬푸드 팜파티가 더 끌린다. 혼자라면 체험 부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정원을 걷고, 저녁 공연 하나를 골라 하루를 닫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코스를 권하기 어려운 축제라서 오히려 취향을 드러내는 재미가 있다.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두고 싶다. 여기서 언급한 날짜와 출연진, 프로그램은 2026년 제13회 행사 내용이다. 다음 부안마실축제의 일정이나 무대 구성이 그대로 반복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 방문을 생각한다면 부안군이나 축제 운영 측의 새 안내를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부안마실축제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한 장면만 고르기 아깝다’였다. 화려한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도, 동네를 걷다가 먹을 것을 고르는 시간이 더 좋은 사람도 자기 방식의 하루를 만들 여지가 있다. 내게는 바로 그 느슨한 선택지가 이 축제의 가장 매력적인 장면이다.

부안마실축제 프로그램을 보니 하루가 짧겠더라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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