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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휘성 무대를 다시 틀어보니 남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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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휘성 무대를 다시 틀어보니 남은 장면들

얼마 전 오래된 음악 방송 영상을 틀었다가 가수 휘성의 ‘안 되나요’에서 손을 멈췄다. 분명 아는 노래인데, 지금 들으니 기억 속보다 훨씬 숨 가쁘고 섬세했다. 한 곡만 들으려던 게 ‘With Me’를 거쳐 ‘불치병’까지 이어졌다. 드라마를 정주행할 때 초반에 스쳐 간 장면이 뒤늦게 다르게 보이듯, 휘성의 무대도 발표 순서대로 보니 목소리의 쓰임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었다.

2025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남은 영상을 보는 마음은 전과 같을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무대를 슬픈 이야기 하나로 묶고 싶지는 않았다. 신나게 리듬을 타는 장면도 있고, 같은 노래를 두고 여럿이 진짜 목소리를 찾아 헤매는 예능도 있다. 내가 다시 본 순서와 관전 포인트를 적어본다. 예능의 최종 결과는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안 되나요’에서 먼저 들리는 건 힘보다 호흡이다

휘성의 출발점을 보고 싶다면 2002년 ‘안 되나요’ 무대가 좋다. 첫 소절부터 감정을 크게 밀어붙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다시 들으니 오히려 말을 고르는 듯한 부분이 귀에 들어왔다. 문장 끝을 길게 끌다가도 다음 구절 앞에서는 숨을 짧게 가져간다. 그 작은 간격 때문에 가사가 누군가에게 직접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물론 이 노래의 높은 음과 진한 감정 표현은 취향을 탄다. 담백한 창법을 좋아한다면 처음엔 조금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한때는 그런 쪽이었다. 그런데 화면까지 함께 보니 인상이 바뀌었다. 표정이 크게 바뀌지 않는 순간에도 목소리는 이미 앞서 달리고 있다. 음원에서 느꼈던 절절함이 무대에서는 긴장감으로 들리는 식이다.

KBS가 공개한 과거 무대 영상에는 데뷔 무렵의 ‘안 되나요’와 뒤이은 활동곡들이 남아 있다. 화질이나 당시 방송 특유의 화면 연출까지 지금 기준으로 매끈하진 않다. 그 투박함 덕분에 무대의 흐름을 끊지 않고 보게 되는 면도 있다. 먼저 음원으로 익숙한 후렴을 듣고 영상을 보면, 같은 구절에서 어디에 힘을 주는지 비교하기 쉽다.

‘With Me’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2003년 2집의 ‘With Me’를 이어서 틀면 같은 가수라는 걸 알면서도 자세가 조금 달라진다. ‘안 되나요’가 한 감정에 오래 머무는 노래라면, ‘With Me’는 박자 사이를 움직이는 맛이 크다. 목소리가 리듬을 밀어주다가 한순간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 있어서, 가창력보다 그루브가 먼저 귀에 꽂힌다. 휘성을 애절한 발라드 가수로만 기억했다면 이 구간이 특히 반갑다.

내 취향은 사실 여기서 더 분명해진다. 높은 음을 오래 뽑는 장면보다 짧은 구절을 가볍게 흘리는 순간이 좋다. 노래가 지나치게 진지해지려는 찰나, 리듬이 분위기를 바꿔준다. 반대로 또렷한 멜로디와 서사를 기대한다면 ‘With Me’가 ‘안 되나요’보다 덜 와닿을 수 있다. 두 곡을 붙여 듣는 재미는 어느 쪽이 낫다고 고르는 데 있지 않다. 휘성이 한 가지 방식으로만 노래하지 않았다는 걸 귀로 확인하는 데 있다.

그다음 ‘불치병’을 놓으면 흐름이 한 번 더 꺾인다. 감정을 쌓아 올리는 방식은 익숙한데, 앞의 두 곡을 지나고 나면 목소리의 거친 결이 더 또렷하게 들린다. 세 곡을 연달아 듣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짧은 정주행인데도 한 배우의 서로 다른 시기 연기를 이어 본 듯한 기분이 남는다.

‘히든싱어2’ 휘성 편은 귀가 바빠지는 예능이다

노래를 어느 정도 익혔다면 2013년 방송된 JTBC ‘히든싱어2’ 휘성 편으로 넘어갈 만하다. 이 회차의 재미는 휘성의 무대를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모창 능력자들의 목소리 사이에서 누가 원조 가수인지 찾아야 하니, 평소 무심코 넘겼던 발음과 숨소리까지 듣게 된다. JTBC가 공개한 클립 기준으로 첫 라운드 곡은 ‘With Me’, 두 번째는 ‘안 되나요’다. 앞에서 들은 두 곡이 예능 안에서 다시 등장하는 셈이다.

처음 볼 때는 자신 있게 번호를 골랐다가 곧 흔들렸다. 닮은 음색을 찾는 일보다, 노래가 커질 때 목소리가 어느 방향으로 변하는지 듣는 일이 더 어렵다. 이게 이 회차의 좋은 점이다. 원곡을 아는 사람도 잠깐 멈춰 다시 듣게 만든다. 다만 출연자들의 놀라는 표정이나 판정 장면이 자주 끼어드는 경연 예능의 호흡은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노래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듣고 싶을 때는 방송 클립보다 음악 방송 무대가 편하다.

방송의 순서대로 보면 누가 얼마나 비슷한지뿐 아니라 출연자들이 노래를 얼마나 오래 들어왔는지도 전해진다. JTBC 클립에는 ‘가슴 시린 이야기’와 ‘결혼까지 생각했어’ 라운드도 올라와 있다. 나는 어느 번호가 휘성인지 미리 확인하지 않고 보는 쪽을 권한다. 맞혔는지보다 왜 그 목소리를 골랐는지가 나중에 더 오래 남기 때문이다.

다시 볼 때는 노래와 방송의 순서를 바꿔도 좋다

처음 휘성을 듣는 사람이라면 ‘안 되나요’에서 ‘With Me’, ‘불치병’으로 이어지는 세 곡이 편하다. 익숙한 사람이라면 거꾸로 ‘히든싱어2’ 휘성 편을 먼저 보고 원곡 무대로 돌아가도 재밌다. 예능에서 헷갈렸던 짧은 발음이나 호흡을 원곡에서 다시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다시 볼 때 처음엔 몰랐던 표정을 알아채는 경험과 닮았다.

  • 목소리의 감정선을 듣고 싶다면 ‘안 되나요’의 첫 소절과 후렴을 이어 듣기
  • 리듬을 타는 창법이 궁금하다면 ‘With Me’ 무대 보기
  • 귀로 참여하는 예능을 좋아한다면 ‘히든싱어2’ 휘성 편의 결과를 모른 채 보기

내게 오래 남은 건 가장 화려한 고음 한 번이 아니라, 노래마다 호흡을 다르게 쓰던 순간들이다. 오래된 방송 화면을 다시 켤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억하던 목소리와 실제로 들리는 목소리 사이에 아직 발견할 장면이 꽤 많다.

가수 휘성 무대를 다시 틀어보니 남은 장면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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