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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튜더 전시를 따라가다 보니 그림보다 오래 남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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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튜더 전시를 따라가다 보니 그림보다 오래 남은 것

얼마 전 타샤 튜더의 그림을 다시 펼쳐 봤는데, 꽃과 아이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장면마다 흐르는 시간이었어요. 누군가는 차를 따르고, 누군가는 정원에서 한참을 보내죠. 별다른 사건이 없는데도 자꾸 다음 장을 넘기게 됩니다. 그래서 롯데뮤지엄의 타샤튜더 전시 소식도 반가웠어요. 그림 속 느린 시간이 전시장에서는 어떻게 펼쳐졌을지 궁금했거든요.

먼저 날짜부터 짚고 갈게요. 롯데뮤지엄의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은 2025년 12월 11일부터 2026년 3월 15일까지 열린 전시로, 현재는 종료됐습니다. 지금 예매할 수 있는 전시처럼 소개하면 곤란하겠죠. 대신 당시 전시 구성과 작품을 따라가며,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떤 장면이 특히 흥미로웠을지 이야기해 볼게요.

꽃 그림을 보러 갔다면 삶의 풍경까지 만나게 되는 전시

롯데뮤지엄은 타샤 튜더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원화, 수채화, 드로잉, 수제 인형, 영상 자료 등 약 190점을 선보였다고 밝혔어요. 숫자만 보면 규모가 꽤 크죠. 그런데 이 전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작품 수보다 배치 방식입니다.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에서 코기가 등장하는 그림으로, 다시 가족의 계절 행사와 식탁으로 시선이 옮겨갑니다. 그림책 속 한 장면을 떼어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런 장면을 그린 사람의 생활까지 따라가도록 꾸민 셈이에요.

드라마 정주행에 빗대면 화려한 사건이 터지는 회차보다 주인공의 평소 습관이 드러나는 회차에 가까워요. 차를 마시고, 음식을 만들고, 계절이 바뀌면 집을 꾸미는 일. 그 반복을 알고 나면 그림 속 정원도 단순한 배경으로 보이지 않거든요. 다만 느린 호흡의 전시인 만큼 강렬한 대형 작품이나 빠른 전개를 기대했다면 조금 심심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조용한 흐름이 타샤 튜더와 잘 맞는다고 느껴요.

코기와 크리스마스 장면은 그냥 귀여워서 끝나지 않는다

타샤 튜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코기가 등장하는 그림 앞에서는 발걸음이 느려질 것 같아요. 전시에는 코기를 소재로 한 그림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공간도 마련됐습니다. 동물의 표정과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책을 읽을 때처럼 작은 이야기를 스스로 붙이게 되죠. 귀여운 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입구였을 겁니다.

크리스마스와 가족의 풍경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예요. 거창한 축제 장면보다는 누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물건을 곁에 두는지가 더 궁금해집니다. 드라마에서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을 유심히 보게 되는 것과 비슷해요. 소품 하나에 그 집의 오래된 습관이 묻어 있으니까요. 전시에 포함된 손수 만든 인형과 생활 관련 자료도 그런 시선으로 보면 재미있었을 듯합니다. 그림이 완성되기 전, 작가가 무엇을 만지고 즐겼는지 상상할 단서가 되거든요.

작업실과 정원을 볼 때는 낭만을 조금 걷어내고

타샤 튜더의 정원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잠깐은 그런 집에서 살고 싶어져요. 하지만 꽃이 저절로 피는 정원은 없죠. 계절에 맞춰 돌보고, 손으로 만들고,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했을 겁니다. 전시가 재현한 작업실과 마지막 정원 공간을 떠올리면, 제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도 예쁜 결과물 뒤에 쌓인 그 시간이었어요.

이 지점은 호불호가 갈릴 만합니다. 전시가 전하는 느린 삶의 분위기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누구나 일상의 속도를 마음대로 늦출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타샤 튜더의 생활을 그대로 따라야 할 모범답안처럼 받아들이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이어 가기 위해 어떤 수고를 들였는지 보는 편이 더 흥미롭습니다. 정원과 그림이 편안해 보이는 이유도 결국 누군가 꾸준히 손을 움직였기 때문일 테고요.

그림책을 읽던 사람과 처음 만나는 사람의 시선

이미 타샤 튜더의 책을 좋아했다면 원화의 색과 작은 인물들의 표정을 보는 맛이 컸을 거예요. 인쇄된 책장을 넘길 때 지나쳤던 구석을 오래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이름만 알고 있었다면 전시의 인형, 영상, 생활 공간이 좋은 길잡이가 됐을 듯합니다. 타샤 튜더는 스물세 살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을 냈고, 이후 약 100권의 책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남겼다고 롯데뮤지엄은 소개했어요. 한두 장의 예쁜 삽화만으로 기억하기엔 작업의 폭이 꽤 넓은 작가죠.

전시가 끝난 지금은 현장 관람 후기를 기대하며 찾아온 사람에게 아쉬운 소식일 수 있어요. 그래도 전시가 보여준 그림, 정원, 손으로 만든 물건의 연결은 그림책을 다시 펼칠 이유가 됩니다. 저는 타샤 튜더의 장면을 볼 때마다 예쁜 꽃보다 그 꽃을 오래 돌본 사람의 하루가 먼저 궁금해질 것 같아요. 그 시선으로 책장을 넘기면 익숙한 그림도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타샤튜더 전시를 따라가다 보니 그림보다 오래 남은 것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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