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씨 노래를 몰아 들었더니 장면이 보였다

얼마 전 예능 클립을 연달아 보다가 배경음악이 먼저 귀에 들어왔다. 화면 속 사람보다 비트가 더 기억에 남아서 찾아봤더니 센트럴씨 노래였다. 드라마를 정주행할 때도 한 회의 명장면만 보면 인물의 매력을 다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엔 히트곡 하나에서 멈추지 않고, 그의 음악을 나온 흐름에 따라 들어봤다. 여기서는 앨범의 세세한 내용이나 가사를 미리 풀어놓지 않을 생각이다.
첫인상은 짧고 강한 등장 장면 같았다
센트럴씨는 영국 래퍼다. 처음 들으면 낮고 차분한 목소리와 빠르게 치고 나가는 리듬의 간격이 재미있다. 목소리를 높여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보다, 말을 툭 던졌는데 비트가 그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다. 예능에서 조용하던 출연자가 결정적인 순간 한마디를 해서 존재감을 남기는 장면과 조금 닮았다.
입문곡으로는 ‘Doja’가 이해하기 쉽다. 길게 설명할 틈 없이 귀에 남는 구간이 오고, 곡이 끝나면 다시 재생하게 된다. 다만 이 노래만 듣고 센트럴씨의 전부를 짐작하면 조금 아쉽다. 짧은 클립으로 드라마 한 편의 분위기를 단정하는 것과 비슷해서다. 유명한 장면부터 본 뒤 앞부분으로 돌아가면, 처음 놓친 표정이 보일 때가 있지 않은가.
초반 두 작품을 이어 들으니 속도가 달랐다
2021년 믹스테이프 ‘Wild West’와 2022년 믹스테이프 ‘23’을 순서대로 들으면 같은 사람의 음악인데도 긴장감이 달라진다. ‘Wild West’에서는 거칠게 밀고 나가는 힘이 먼저 들리고, ‘23’에서는 그 힘을 어느 순간에 꺼내야 하는지 더 잘 아는 듯하다. 내 귀에는 시즌 1에서 인물을 소개하고 시즌 2에서 말투와 행동의 리듬이 잡히는 흐름처럼 들렸다.
이 대목이 재미있는 건 곡마다 비슷한 자세를 취해도 지루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비트가 바뀌면 같은 낮은 톤도 다르게 들린다. 빠른 곡에서는 여유로운 태도가 자신감으로 보이고, 조금 눌러 가는 곡에서는 경계심처럼 들린다. 물론 반복되는 흐름이 먼저 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랩의 가사보다 선율의 변화를 즐기는 취향이라면 여러 곡을 한꺼번에 듣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두 믹스테이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끝내기보다, 각 작품에서 마음에 걸리는 곡을 몇 개 골라 번갈아 들었다. 같은 배우의 초반 연기를 다시 볼 때처럼 작은 차이가 귀에 들어왔다. 어떤 곡에서는 비트가 앞에 서고, 어떤 곡에서는 목소리가 리듬을 끌고 간다. 센트럴씨의 매력은 그 미세한 힘 조절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Sprinter’에서 호흡을 맞추는 재미가 커졌다
데이브와 함께한 ‘Sprinter’는 혼자 중심을 잡을 때와 다른 모습을 들려준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흐름이 매끈해서, 잘 맞는 출연자 둘이 같은 장면에 들어왔을 때의 즐거움이 있다. 영국 오피셜 차트 기준으로 이 곡은 싱글 차트 1위를 10주 지켰다. 숫자도 인상적이지만, 내게는 반복해서 들어도 두 사람의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크게 남았다.
그렇다고 화려한 협업곡이 늘 가장 좋은 출발점은 아니다. ‘Sprinter’를 먼저 들으면 센트럴씨가 원래부터 이런 매끈한 곡만 만드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Doja’로 귀를 열고 ‘Wild West’와 ‘23’을 조금씩 거친 다음 ‘Sprinter’로 넘어가는 순서가 좋았다. 앞선 곡들에서 익숙해진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박자와 만날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들리기 때문이다.
첫 정규 앨범에서는 기대와 취향이 갈린다
2025년 나온 ‘Can’t Rush Greatness’는 센트럴씨의 첫 정규 앨범이다. 앞의 두 믹스테이프와 협업곡을 거쳐 듣게 되면, 앨범 제목부터 긴 시간 쌓아 온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차트 성적이 곧 내 취향의 순위가 되지는 않았다. 이전 작품의 날카롭고 짧은 타격감을 더 좋아한다면 새 앨범의 넓어진 구성에서 잠깐 거리를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한 곡의 강한 인상보다 여러 곡에 걸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이 더 오래 남을 듯하다. 내 경우에는 처음 들을 때보다 두 번째 들을 때 좋았다. 첫 재생에서는 유명한 곡과 비교하게 됐고, 다시 들으니 곡 사이의 온도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도 화제의 장면만 기다리면 중간 회차의 재미를 놓치기 쉽다. 이 앨범 역시 속도를 조금 늦추니 들리는 구간이 있었다.
센트럴씨를 좋아하게 될지는 낮은 목소리와 반복적인 리듬을 얼마나 즐기는지에 따라 꽤 갈릴 것 같다. 나는 모든 곡이 똑같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처음엔 배경음악처럼 지나갔던 목소리가 몇 곡 뒤에는 등장만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인물처럼 들렸다. 한 곡보다 이어지는 흐름이 궁금해지는 사람이라면, 그 변화만으로도 시간을 들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