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아이유에 충무로 예의 지적 보고 놀랐다가 웃은 이유

얼마 전 ‘장항준이 아이유를 혼냈다’는 제목을 보고 잠깐 멈칫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는데, 발언이 나온 곳을 알고 나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비보티비의 예능 ‘임형준의 연기의 성’ 8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 시리즈는 실제 대화처럼 보이게 연기하는 모큐멘터리이고, 해당 영상은 시작부터 내용이 허구라는 안내를 띄운다. 제목만 보고 두 사람 사이에 실제 갈등이 생겼다고 받아들이면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
아이유를 혼냈다는 말, 어디서 나왔을까
이 회차에서 장항준 감독은 저예산 독립영화를 준비한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가제는 ‘국제변호사’. 화이트보드에는 박보검, 조인성, 김태리, 박보영, 아이유 등 이름만 들어도 제작비가 걱정될 만큼 화려한 배우들이 후보로 적혀 있다. 그 판을 꽤 진지하게 설명하는 게 첫 번째 웃음 포인트다. 규모는 작다는데 캐스팅은 대작 못지않으니, 듣는 쪽도 어느 순간 ‘그래서 누가 출연하는데?’ 하고 따라가게 된다.
아이유 이야기는 임형준이 일정이 맞느냐고 묻는 대목에서 나온다. 장항준은 아이유가 함께하고 싶어 두 작품을 동시에 찍겠다고 했다는 식으로 말한 뒤, 영화인들 사이의 예의에 맞지 않는다며 타일러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여기서 말하는 ‘가께모찌’는 배우가 두 작품의 촬영을 병행하는 것을 가리키는 현장 용어다. 다만 아이유가 실제로 출연을 제안했거나 장항준에게 꾸중을 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영상 속 설정과 대사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왜 하필 ‘충무로 예의’였을까
이 농담이 묘하게 잘 붙는 건 장항준의 말투 때문이다. 후보 명단은 지나치게 화려한데, 감독은 마치 이미 배우들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사람처럼 태연하게 설명한다. 그러다가 아이유의 의욕을 이야기하며 갑자기 업계의 예의를 꺼낸다. 자신이 캐스팅을 고민하는 입장인 동시에 후배에게 충고까지 하는 입장이 된 셈이다. 설정의 크기를 조금씩 키우는데도 표정과 어조는 담담해서 더 웃긴다.
물론 ‘예의’라는 단어만 떼어 놓으면 무겁게 들릴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촬영 일정이 겹치면 배우의 체력, 이동 시간, 작품별 준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그런 관행을 설명하는 인터뷰가 아니다. 허구의 캐스팅 이야기를 실제 영화계 뒷이야기처럼 들리게 만드는 예능의 한 장면이다. 아이유의 태도나 직업 의식을 평가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진짜 회의처럼 흘러가서 더 웃긴 회차
‘연기의 성’의 재미는 누가 가장 큰 농담을 던지느냐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얼마나 오래 진짜처럼 이어가느냐에 있다. 김의성과 임형준이 질문을 보태면 장항준은 설정을 접지 않고 더 구체적인 사정을 붙인다. 이름이 빼곡한 화이트보드도 그럴듯한 회의 자료처럼 보인다. 화면만 잠깐 봐도 새 영화 제작 소식인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한 발 떨어져 들으면 빈틈이 슬슬 보인다. 저예산 영화라는 말과 초호화 후보 명단이 부딪히고, 일정이 맞지 않는 배우를 두고 오간 대화까지 너무 매끈하게 등장한다. 저는 이 어긋남이 좋았다. 출연자들이 서로의 말을 받아 주며 현실적인 영화계 대화와 허풍 사이를 오가는 맛이 있다. 예능 특유의 큰 리액션보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좋아한다면 즐길 지점이 꽤 많다.
짧은 기사 제목보다 영상의 형식이 먼저 보인다
아쉬운 지점도 있다. ‘아이유를 혼냈다’, ‘충무로 예의를 지적했다’는 문장만 따로 돌면 실제 사건처럼 읽히기 쉽다. 특히 당사자인 아이유는 이 회차의 출연자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 언급된 인물이다. 웃자고 만든 설정이 누군가의 실제 행동에 대한 평가로 번지면 농담의 방향도 달라진다. 그래서 이 장면을 이야기할 때는 영상이 허구라고 밝힌 모큐멘터리라는 사실을 함께 붙이는 편이 정확하다.
장항준의 능청스러운 화법과 영화계 사람들의 대화가 궁금하다면 이 회차는 꽤 재미있는 선택이다. 줄거리를 따라가며 반전을 기다리는 콘텐츠라기보다, 아는 얼굴들이 어디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설정을 밀고 가는지 보는 맛에 가깝다. 저는 아이유 관련 발언 자체보다, 터무니없이 화려한 캐스팅 회의를 모두가 태연하게 이어가는 장면이 오래 남았다. 제목에 놀랐다가 웃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