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프링페스티벌을 되짚어보니 한강이 무대였다

봄 축제 소식을 다시 훑다가 2026년 서울스프링페스티벌 일정표에서 눈이 멈췄다. 여의도에서 공연 하나 보고 끝나는 구성이 아니었다. 한강 여러 곳에 프로그램을 펼쳐놓고, 관객이 취향에 따라 자기 동선을 고르게 했다. 드라마로 치면 배경인 줄 알았던 한강이 주연으로 올라온 셈이다. 직접 다녀온 후기는 아니지만, 서울시가 공개한 프로그램을 드라마·예능 보는 마음으로 되짚으니 관전 포인트가 꽤 선명했다.
26일 동안 이어진 한강의 봄 시즌
2026년 서울스프링페스티벌은 4월 10일부터 5월 5일까지 26일간 열렸다. 중심 무대는 여의도였고 뚝섬, 잠실을 비롯한 한강공원과 선착장으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지난해보다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하루에 모든 장면을 몰아보는 특집보다, 주말마다 다른 회차가 공개되는 시즌제에 가까운 구성이다.
이런 축제는 먼저 취향을 고르면 훨씬 재미있다. 무대 공연을 기다리는 편이라면 원더쇼, 밤 풍경을 좋아한다면 드론 라이트 쇼,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는 예능이 취향이라면 트레저헌트가 맞는다. 같은 축제라도 어느 장소와 시간대를 택하느냐에 따라 기억에 남는 장면이 달라진다. 반대로 하루에 여러 장소를 욕심내면 이동에 시간을 꽤 쓰게 된다. 한강이 넓다는 사실이 이때는 장점이자 난관이다.
밤 장면의 주인공은 회전목마와 드론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여의도 물빛광장의 시그니처쇼다. 한강 위 회전목마에 조명과 특수효과를 더한 공연으로, 지정된 날짜에 오후 8시와 9시 두 차례 진행됐다. 회당 연출 시간은 5분 이내. 사진 한 장만 보면 긴 공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짧고 강한 장면에 가깝다. 이 쇼 하나를 위해 먼 길을 간다면 아쉬울 수도 있고, 강변 산책이나 다른 프로그램과 묶으면 하루의 인상적인 장면이 될 법하다.
드론 라이트 쇼는 4월 10일 여의도, 4월 25일 뚝섬, 5월 5일 잠실에서 펼쳐졌다. 서울시 현장 기사에 소개된 첫 공연은 캐릭터들이 서울 곳곳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밤하늘에 그렸다. 단순히 불빛이 많이 뜨는 광경보다 장면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있었던 셈이다. 드라마 볼 때도 화려한 화면보다 그 화면이 어떤 이야기에 쓰였는지가 오래 남는데, 드론쇼 역시 그 지점이 재미있다. 다만 야외 공연은 날씨 영향을 받으니 당시에도 강풍이나 비에 따른 변경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구경만 하기 아쉽다면 직접 움직이는 회차
참여형 프로그램은 예능 쪽에 가깝다. 트레저헌트는 여의도, 뚝섬, 마곡, 망원, 압구정, 옥수, 잠실 등 한강버스 선착장 일곱 곳을 무대로 삼았다. 장소마다 다른 체험 요소가 놓였고, 축제 공간을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여의도의 그네, 망원의 트램폴린, 뚝섬의 케이팝 공간처럼 각 지점에 개성을 준 구성이 흥미롭다. 출연자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예능을 볼 때와 달리, 여기서는 관객이 어느 장면부터 볼지 직접 선택한다.
5월 5일 뚝섬 일대의 로드쇼는 포켓몬과 함께 한강을 걷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대 앞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보다 이런 움직임이 더 즐거웠을 것 같다. 반면 조용히 풍경을 보려는 사람에게는 참여 프로그램의 활기와 인파가 조금 버거울 수 있다. 같은 날 잠실에서는 드론 라이트 쇼도 열렸으니, 어린이날의 한강은 느긋한 피크닉보다는 큰 행사일에 가까웠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원더쇼가 좋을 사람과 아쉬울 사람
5월 3일 여의도 물빛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원더쇼는 저녁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종합 문화예술 공연으로 안내됐다. 여러 문화 콘텐츠를 한 무대에서 보고 싶다면 축제의 중심 회차로 고를 만했다. 무료였지만 사전 예매 방식이라는 점은 중요하다. 축제 전체가 무료라는 말만 듣고 모든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일부 체험과 마켓에는 별도 비용도 들었다.
솔직히 내 취향은 원더쇼 한 편을 길게 보는 것보다 해 질 무렵 여의도를 걷고, 짧은 시그니처쇼를 본 뒤 강변의 분위기까지 즐기는 쪽이다. 공연 자체가 목적이라면 예매한 무대에 집중하는 편이 만족스러울 테고, 예능처럼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를 원한다면 선착장 미션이 더 잘 맞겠다. 2026년 축제는 이미 끝났지만, 같은 이름의 다음 행사를 기다리게 만드는 건 특정 공연의 규모보다 한강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게는 그 자유로운 구성이 가장 오래 남는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