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알바 원작 찾다가 드라마 설정에 더 놀랐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꿀알바〉라는 제목을 보고 잠깐 웃었다. 편하게 일하고 돈도 잘 버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작품 소개를 읽자마자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빚에 쫓기는 청년이 시급 50배짜리 일을 소개받고, 살아서 퇴근하면 다음에는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설정이라니. 제목의 ‘꿀’이 이렇게 수상하게 들릴 수도 있구나.
꿀알바 원작을 찾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나도 낯선 규칙이 등장하는 드라마라면 먼저 웹툰부터 떠올리는 편이다. 이번에는 원작 여부부터 확인하고, 줄거리의 출발점과 관전 포인트를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해보려 한다.
꿀알바 원작 웹툰이 따로 있을까
현재 넷플릭스가 공개한 작품 정보와 제작 발표에는 〈꿀알바〉의 원작 웹툰이나 소설이 소개돼 있지 않다. 공식 발표에 적힌 제작진은 김다민 감독, 극본을 쓴 경민선·이신지 작가, 기획 총괄을 맡은 한준희 감독이다. 그래서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만 놓고 보면, 특정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건 맞지 않다.
웹툰 원작이라는 이야기가 떠도는 이유는 이해된다. 매번 다른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들어가고, 그곳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구성이 마치 회차별 웹툰을 넘겨 보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형식이라는 인상과 실제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다. 원작을 먼저 읽고 드라마와 비교하려고 검색했다면, 지금은 그런 비교 대상이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급 50배라는 말부터 너무 찜찜하다
주인공 변혁준은 빚 때문에 돈이 급하다. 그 앞에 나타난 곳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이다. 첫 일자리로 소개받는 편의점 야간 알바의 조건은 최저 시급의 50배. 평범한 구인 광고였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의심할 액수인데, 혁준에게는 선뜻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이 대목에서 공포보다 먼저 생활의 압박이 느껴진다.
넷플릭스 공식 회차 소개를 보면 편의점에서 시작해 삐에로와 함께하는 일, 우유 배달, 영화관 야간 근무처럼 일터가 계속 바뀐다. 익숙한 공간을 무대로 삼는 게 이 드라마의 재미있는 지점이다. 밤 편의점이나 텅 빈 영화관은 현실에서도 조금 서늘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런 장소에 ‘이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라는 조건이 붙으니, 별다른 설명을 듣기 전부터 긴장이 생긴다.
다만 높은 시급과 기묘한 현장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데만 머문다면 금방 익숙해질 수도 있다. 내 취향에는 각 일터의 무서움만큼이나 혁준이 왜 다시 그곳으로 향하는지가 중요하다.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회차가 쌓일수록 어떤 무게로 다가오는지에 따라, 같은 공포 장면도 다르게 보일 것 같다.
혁준 옆의 세 사람을 눈여겨보게 된다
이재욱이 연기하는 혁준을 중심에 놓고 보면 주변 인물들의 역할도 선명하다. 김민하가 맡은 지윤은 혁준의 여동생이다. 남매가 빚과 생계 문제를 함께 마주한다는 설정은 이야기를 괴담 속에만 가두지 않는다. 가족을 걱정하면서도 서로에게 할 말은 하는 관계라면, 위험한 선택을 바라보는 마음도 더 복잡해질 듯하다.
고민시가 연기하는 연주는 거미인력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헤치는 사고조사관이다. 혁준이 일터 안에서 겪는 일을 따라가는 시선과, 바깥에서 그 현장을 조사하는 시선이 만나는 셈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조금씩 맞춰 보는 재미를 기대하게 된다. 수수께끼를 너무 빨리 풀어버리면 아쉽겠지만, 아무 단서도 주지 않으면 답답할 테니 그 간격이 관건이다.
그리고 이희준의 거미사장. 거절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계속 제안하면서 정작 그 일에 관해서는 선뜻 답하지 않는 인물이다. 친절하게 웃는 순간에도 의도를 짐작하기 힘든 사람이 이런 이야기에서는 제일 신경 쓰인다. 혁준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공포와 별개로, ‘누가 왜 이런 일을 소개하나’라는 궁금증을 붙들어 주는 역할로 보인다.
정주행한다면 이런 맛을 기대한다
〈꿀알바〉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8부작 청소년 관람불가 호러 시리즈다. 공식 회차 정보에 표시된 길이는 한 편에 33분에서 44분 정도다. 긴 호흡으로 관계를 쌓는 드라마보다는, 한 현장에 들어갔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뒤 다음 일을 고민하는 리듬이 잘 어울리는 분량이다. 한 편만 보려다가 다음 일자리까지 확인하고 싶어질 구성이다.
내가 가장 궁금한 건 무서운 장면의 강도보다도 일터마다 어떤 규칙이 있는지다. 규칙을 알아차리는 순간 안심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때부터 더 불안해질지. 공식 소개에 나온 첫 편의 편의점과 뒤이어 등장하는 여러 일자리는 성격이 꽤 달라서, 공간이 바뀔 때마다 공포를 만드는 방식도 달라지길 기대하게 된다.
호불호는 분명 갈릴 듯하다. 생활고가 얽힌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혁준의 선택이 몰입할 이유가 되겠지만, 가볍게 볼 만한 ‘알바 괴담’을 기대했다면 무게감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반대로 모든 현상의 답을 초반부터 또렷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거미인력의 수상함이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작품에서 설명이 조금 늦게 나오는 편을 좋아한다. 대신 그동안 인물의 선택이 납득돼야 끝까지 따라가게 된다.
처음에는 꿀알바 원작이 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결국 더 마음에 남은 건 ‘돈이 급한 사람에게 선택권이 얼마나 있나’라는 설정이었다. 시급 50배라는 숫자가 달콤하기보다 무섭게 들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혁준이 다음 일자리를 받아드는 순간을 보며 나까지 잠깐 망설이게 된다면, 이 드라마는 이미 제 몫의 긴장을 만든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