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이다케쟈 12화까지 달려봤더니 귀여움보다 눈에 남은 것들

얼마 전 가볍게 볼 로맨스물을 찾다가 카와이다케쟈를 다시 눌렀는데, 생각보다 이 작품은 첫인상만 믿고 넘기기엔 할 말이 꽤 많은 쪽이더라고요. 정식으로는 ‘귀엽기만 한 게 아닌 시키모리 양’으로 알려진 작품이고, 2022년에 방영된 12부작 학원 로맨스 애니입니다. 제목부터 이미 방향이 분명하죠. 여주인공이 귀엽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 근데 막상 보면 이 작품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시키모리의 멋짐만이 아니라, 연애를 둘러싼 관계의 온도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
카와이다케쟈 첫인상은 꽤 달달하다
처음 켜면 정말 순한 맛입니다. 큰 사건이 쾅쾅 터지는 드라마도 아니고, 미스터리처럼 복선을 물고 늘어지는 구성도 아닙니다. 남자 주인공 이즈미는 유난히 운이 없고, 여자 주인공 시키모리는 그런 이즈미를 자연스럽게 지켜주는 포지션으로 등장합니다. 보통 로맨스물에서 보호받는 쪽과 보호하는 쪽의 성별 구도가 익숙하게 흘러가는데, 카와이다케쟈는 그걸 살짝 뒤집어 놓습니다.
이 지점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시키모리는 웃을 때는 말랑한데, 위기 상황에서는 표정부터 분위기까지 확 바뀝니다. 운동도 잘하고, 판단도 빠르고, 질투도 귀엽게 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멋있게 치고 들어와요. 그래서 제목의 ‘귀엽기만 한 게 아니다’가 그냥 홍보 문구가 아니라 캐릭터 설계 자체에 박혀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도 분명하다
솔직히 말하면 카와이다케쟈는 초반 2~3화에서 취향이 꽤 갈릴 수 있습니다. 이즈미의 불운 설정이 반복적으로 쓰이다 보니, 누군가는 ‘이거 너무 같은 패턴 아닌가?’ 하고 느낄 수 있거든요. 길에서 뭔가 떨어지고, 갑자기 위험한 일이 생기고, 시키모리가 구해주는 흐름이 이어지면 캐릭터 소개라는 걸 알면서도 조금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 작품은 갈등을 크게 키우기보다 관계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쪽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이미 사귀는 커플로 시작한다는 점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썸을 오래 끌거나 고백 타이밍으로 애태우는 대신, 두 사람이 사귀고 난 뒤 어떤 표정으로 서로를 대하는지 보여줍니다. 이게 취향에 맞으면 편안하고, 자극적인 전개를 기대했다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 강한 사건 전개보다 일상 에피소드가 중심입니다.
- 커플의 설렘은 빠르게 오지만 긴장감은 낮은 편입니다.
- 시키모리의 반전 매력은 확실하지만 이즈미의 불운 반복은 취향을 탑니다.
- 친구들의 존재감이 살아나면서 중반 이후 분위기가 더 좋아집니다.
중반부터는 친구들이 작품을 살린다
제가 다시 보면서 의외로 좋았던 건 주인공 커플보다 주변 친구들이었습니다. 네코자키, 하치미츠, 이누즈카 같은 친구들이 단순한 배경 캐릭터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특히 이누즈카는 남사친 포지션이라 뻔한 삼각관계 장치로 쓰일 수도 있었는데, 작품은 그쪽으로 과하게 몰고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구 사이의 거리감, 응원, 소소한 장난이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하치미츠의 건조한 리액션도 은근히 웃깁니다. 예능으로 치면 큰 소리로 분량을 가져가는 멤버가 아니라, 옆에서 한마디 툭 던져서 장면을 살리는 타입이에요. 이런 캐릭터들이 쌓이면서 카와이다케쟈는 단순한 커플 관찰기가 아니라, 반 친구들이 함께 보내는 계절감 있는 학원물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포 없이 보는 관전 포인트
스포를 피해서 말하자면, 이 작품은 ‘두 사람이 사귈까 말까’보다 ‘이미 마음을 준 사람들이 어떻게 더 단단해지는가’를 보는 재미가 큽니다. 그래서 큰 반전을 기대하기보다 표정, 말투, 손짓 같은 작은 변화를 보는 쪽이 잘 맞습니다. 시키모리가 멋있게 변하는 순간도 좋지만, 그 직후 부끄러워하거나 이즈미 앞에서 다시 부드러워지는 장면이 더 오래 남습니다.
작화는 밝고 깔끔한 편이고, 색감도 로맨스 코미디답게 산뜻합니다. 과하게 화려하다기보다는 캐릭터 얼굴과 리액션을 예쁘게 잡는 데 힘을 준 느낌이에요. 1화당 약 20분대라 12화를 몰아봐도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주말 오후에 간식 하나 놓고 보기 딱 좋은 속도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잘 맞는다
- 자극 센 로맨스보다 안정적인 커플 서사를 좋아하는 사람
- 멋있는 여자 주인공에게 쉽게 설레는 사람
- 학원물 특유의 축제, 친구, 계절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사람
- 큰 갈등 없이 귀엽고 편한 작품을 찾는 사람
이런 사람은 조금 심심할 수 있다
- 매화 강한 사건이나 반전을 기대하는 사람
- 남자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밀고 나가는 로맨스를 선호하는 사람
- 비슷한 개그 패턴 반복에 금방 지치는 사람
다 보고 나면 남는 감정
카와이다케쟈는 엄청난 명작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보다는, 취향이 맞는 날에 만나면 꽤 오래 기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특히 로맨스에서 매번 오해, 이별 위기, 고백 실패 같은 롤러코스터에 지쳤다면 이 작품의 낮은 파도감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초반보다 중반 이후가 더 좋았습니다. 캐릭터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장면이 쌓이고, 시키모리의 멋짐도 단순한 반전 연출을 넘어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카와이다케쟈는 제목처럼 귀여움 하나로만 버티는 작품은 아닙니다. 다만 그 귀여움이 너무 앞에 서 있어서, 그 안쪽에 있는 다정함을 보려면 조금 천천히 걸어 들어가야 하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