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기행 영덕편 보고 나니 대게보다 백반이 남았다

얼마 전 TV조선 방송 목록에서 영덕이라는 지명을 보고, 대게부터 떠올렸어요. 그런데 백반기행 영덕편을 따라가다 보니 제 눈을 더 오래 붙잡은 건 물가자미와 만 원 백반이었습니다. 영덕 하면 대게라는 익숙한 공식에서 출발해, 그 동네 사람들이 평소 어떤 생선과 반찬을 먹는지까지 보여주는 회차였거든요. 음식이 나오는 순서나 출연자의 반응은 자세히 옮기지 않을게요. 처음 보는 재미를 남겨두고 싶은 분도 있을 테니까요.
정태우가 동행한 영덕 밥상
2026년 4월 26일 방송된 345회에는 배우 정태우가 허영만과 함께합니다. TV조선이 붙인 회차 제목에도 정태우의 영덕 밥상이라는 말이 들어가요. 왕 역할로 익숙한 배우라 그런지 예고편의 ‘원조 단종’이라는 소개가 먼저 눈에 띄지만, 막상 이 회차의 중심은 출연자의 이력보다 음식 앞에서 자연스럽게 풀리는 분위기에 가깝습니다.
백반기행은 손님과 주인이 긴 대화를 나누다가도 접시 하나가 놓이면 시선이 곧장 밥상으로 돌아오는 맛이 있죠. 영덕편도 그 흐름이 편안합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거창한 미식 여행이라기보다, 항구 주변에서 한 끼를 고를 때 무엇을 먹을지 같이 고민하는 기분이 들어요. 드라마를 볼 때 인물 사이의 호흡을 먼저 보는 편이라면 두 사람의 가벼운 식사 대화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다만 빠른 전개와 강한 예능 장면을 기대하면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대게만 기다렸다면 물가자미가 의외의 주인공
영덕 음식 하면 대게찜을 빼놓기 어렵죠. 방송에도 대게가 등장합니다. 살을 발라 먹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지만, 개인적으로는 물가자미를 여러 방식으로 내는 밥상이 더 기억에 남았어요. TV조선이 공개한 장면에는 물가자미 구이와 회무침, 찌개가 함께 소개됩니다. 한 가지 생선이 불 앞에서는 구이가 되고, 양념을 만나면 회무침이 되고, 국물 속에서는 또 다른 한 끼가 되는 셈이죠.
이 대목이 좋은 건 ‘영덕에 가면 대게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잠깐 내려놓게 하기 때문이에요. 대게는 여행 온 날 마음먹고 고르는 메뉴에 가깝고, 가자미 요리는 밥과 함께 먹는 동네 음식처럼 다가옵니다. 물론 회무침의 새콤한 맛이나 생선 특유의 향은 취향을 탈 수 있어요. 담백한 구이나 따뜻한 찌개 쪽이 더 끌리는 사람도 있겠죠. 같은 재료를 세 접시에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이 장면의 매력입니다.
모둠회와 만 원 백반을 나란히 보는 재미
모둠회 상에서는 여러 생선을 한 접시에서 맛보는 장면과 푸짐한 기본 찬이 눈길을 끕니다. 회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생선마다 다른 식감을 비교하는 시간이겠지만, 저는 곁에 놓인 찬과 맑은탕까지 화면에 들어오는 순간이 좋더라고요. 한 접시의 회보다 한 상의 구성이 식사의 분위기를 더 또렷하게 보여주니까요. 반대로 날것을 즐기지 않는다면 이 부분은 조금 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에 떠오르는 건 방송에서 ‘만 원의 행복’으로 소개한 백반상입니다. 가격을 듣고 반찬이 몇 가지나 나오는지 눈으로 세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화려한 해산물 상을 본 뒤 집밥 같은 한 끼로 시선이 옮겨가니, 영덕의 음식 폭이 확 넓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방송 당시 소개된 만 원이라는 가격은 특히 인상적이지만, 직접 찾아갈 생각이라면 현재 가격과 메뉴는 식당에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겠죠.
이 회차가 잘 맞는 사람
대게 맛집 한 곳만 찾으려는 마음으로 보면 기대와 조금 다를 수 있어요. 대신 여행지의 이름난 음식과 평범한 한 끼를 함께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 잘 맞습니다. 물가자미 요리에서 지역의 색을 보고, 모둠회에서는 바닷가 식당의 넉넉한 상차림을 보고, 백반에서는 일상적인 식사의 매력을 보게 되니까요. 음식 종류가 바뀔 때마다 화면의 온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저라면 배가 고플 때 한꺼번에 틀어 놓기보다 식사하면서 천천히 볼 것 같아요. 특별한 사건을 기다리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뭘 먹고 싶은지가 장면마다 바뀌는 재미는 분명합니다. 영덕을 대게 한 단어로만 기억하던 저한테는 물가자미 구이와 만 원 백반이 오래 남았습니다. 여행을 가더라도 유명한 메뉴 하나만 고르기보다 그 동네의 평범한 밥상에도 자리를 내어주고 싶어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