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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일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아파트만 아는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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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일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아파트만 아는 게 아쉬웠다

예능에서 ‘아파트’ 전주가 나오면 출연자들이 먼저 들썩이는 장면을 종종 본다. 나도 후렴을 따라 부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 노래를 부른 윤수일은 어떤 무대를 지나왔을까? 윤수일 프로필을 찾아보니, 익숙한 히트곡 한 곡보다 훨씬 긴 이야기가 있었다. 무대를 하나씩 이어 보면 록을 좋아하던 청년이 어떻게 온 세대가 아는 가수가 됐는지도 보인다.

울산에서 밴드를 꿈꾸던 청년

윤수일은 1955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외모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받았다고 방송에서 털어놓은 적이 있다. 프로필에서 출생 배경을 한 줄로 읽을 때와,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들을 때의 무게는 꽤 다르다. 화려한 무대 위 모습만 떠올렸다면 이 대목에서 잠깐 마음이 머문다.

음악과는 일찍 가까워졌다. KBS 월드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어머니 곁의 라디오로 비틀스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들었고,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밴드 활동도 했다. 졸업 후 서울로 올라가 그룹사운드 골든 그레이프스의 일을 도우며 현장을 배웠고, 나중에는 팀원으로 합류했다. 그래서 윤수일을 오래된 가요 프로그램에서 처음 접했더라도, 출발점에는 밴드와 록 음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노래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1977년 데뷔곡에서 윤수일밴드까지

공식적인 데뷔의 출발점은 1977년 발표한 ‘사랑만은 않겠어요’다. 당시에는 ‘윤수일과 솜사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제목부터 애절한 이 노래를 먼저 듣고 ‘아파트’로 넘어가면 같은 목소리의 다른 표정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앞의 곡에서는 감정을 길게 끌어가는 창법이 들리고, 뒤의 곡에서는 박자에 맞춰 관객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먼저 온다.

1981년에는 윤수일밴드 1집을 발표했다. 이 흐름을 빼놓으면 ‘아파트’가 갑자기 나타난 국민가요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그는 무대에서 연주와 노래를 함께 해온 사람이고, 록의 리듬에 한국 대중가요의 정서를 섞는 방향을 꾸준히 찾아왔다. 그래서 한 가지 장르 이름만 붙이기에는 조금 답답하다. 트로트의 애틋함도 있고, 밴드 음악의 시원함도 있다.

나는 이 시기의 곡을 들을 때 목소리뿐 아니라 반주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예능 무대에서 짧게 편집된 후렴만 듣는 것과 처음부터 한 곡을 듣는 것은 인상이 다르다. 그 차이를 느껴보면 왜 윤수일이 자신의 이름을 건 밴드로 활동했는지 조금 더 납득이 간다.

‘아파트’는 신나는데 이야기는 쓸쓸하다

1982년 윤수일밴드 2집에 실린 ‘아파트’는 지금도 그의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다. 박자가 힘차고 후렴을 함께 부르기 좋아서 스포츠 응원이나 예능 장면에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노래가 품은 사연은 떠난 연인을 찾아갔다가 빈 아파트만 마주한 사람의 그리움이다. 신나는 리듬과 쓸쓸한 장면이 한 곡 안에 있는 셈이다.

윤수일은 인터뷰에서 친구가 겪은 이별 이야기가 곡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연을 알고 다시 들으면 그저 흥겨운 떼창 노래로만 지나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함께 부르는 순간에도 가사는 혼자 남은 사람을 향해 있다. 내게는 바로 그 온도 차가 ‘아파트’를 오래 듣게 만드는 이유다.

로제가 같은 제목의 ‘아파트’를 발표한 뒤 윤수일의 노래도 다시 화제가 됐다. 제목이 같아 두 곡을 나란히 떠올리기 쉽지만, 각각의 매력은 다르다. 윤수일의 곡에는 1980년대 도시 풍경과 그 안의 외로움이 묻어 있다. 요즘 노래를 듣다가 옛 무대를 찾아온 사람이라면, 익숙한 제목 아래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아파트’ 다음 무대에서 보이는 취향

윤수일 프로필을 대표곡 목록으로만 훑고 끝내기 아쉬운 이유는 ‘황홀한 고백’, ‘제2의 고향’, ‘아름다워’처럼 결이 다른 곡들이 있기 때문이다. ‘황홀한 고백’은 밝은 무대의 에너지가 두드러지고, ‘제2의 고향’에서는 힘 있는 밴드 사운드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다워’는 또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한 곡씩 이어 들으면 익숙한 목소리가 생각보다 넓은 음악을 품고 있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취향은 갈릴 수 있다. 옛 가요 특유의 또렷한 감정 표현이나 무대 동작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요즘 예능에서 짧은 하이라이트만 보던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밀고 가는 방식이 신선할 수 있다. 나는 ‘아파트’의 후렴만 반복해서 듣기보다 데뷔곡과 밴드 시절 무대를 함께 보는 쪽이 더 재미있었다. 한 사람의 음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정주행할 때도 유명한 한 장면만 보면 인물의 마음을 다 알 수 없듯, 윤수일의 무대도 ‘아파트’ 한 곡에서 멈추기엔 아깝다. 신나는 노래 뒤의 쓸쓸함, 애절한 목소리 뒤의 록 밴드 경력이 차례로 드러난다. 다음에 예능에서 ‘아파트’ 전주가 들리면 나도 반갑게 따라 부르겠지만, 그 뒤에는 다른 곡 한두 개를 더 찾아 듣게 될 것 같다.

윤수일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아파트만 아는 게 아쉬웠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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